초기 스타트업 마케팅, 대표가 직접? 아니면 외주?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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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초기 스타트업을 컨설팅하다 보면, 마케팅을 곧 광고로 이해하거나 “이건 대행사에 맡기면 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블로그에서는 되도록 객관적인 내용을 쓰려고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컨설턴트로서의 경험과 개인적인 생각을 함께 담아보려 합니다.

물론 제품의 성격, 시장, 타깃에 따라 전략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일반화해서 이야기해도 괜찮은 부분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드 단계에서 마케팅은 ‘누가 하느냐’보다 ‘어디로 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이 시기의 제품은 막 출시되었거나 프로토타입 수준이며, 고객 반응은 불안정하고 매출은 일시적입니다.

따라서 이 시점의 마케팅은 ‘홍보’가 아니라 ‘시장과 대화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대화의 본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창업자 일 것입니다.

초기엔, 직접 해야 하는 이유

시드 단계의 마케팅은 “광고비를 투입해 매출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제품의 가능성을 검증하고 고객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잘못 이해한 채 실행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의 마케팅은 시장 리서치와 실험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MVP(최소 기능 제품)를 공개하고, 고객의 반응을 직접 관찰하며, “이 제품이 정말 쓸만한가?”를 스스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외주나 마케터에게 맡기면 겉으로는 빠를지 몰라도, 정작 창업자는 고객의 진짜 불만과 피드백을 2차 정보로만 듣게 됩니다. 이러면 시장 감각이 왜곡되고, 나중에 성장의 기반이 되는 핵심 학습이 사라집니다.

또 대표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댓글에 답변하고, 피드백을 기록하는 습관은 팀 전체를 고객 중심으로 고정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느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팀의 의사결정 구조를 “고객의 불편에서 출발하는 문화”로 바꿉니다. 이런 문화는 한 번 만들어지면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외주가 빠른 해결책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외부 팀은 제품의 맥락을 100%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이 기능을 왜 만들었는가”, “이 불편이 어디서 시작되었는가”와 같은 스토리는 창업자만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대표가 이런 맥락을 충분히 전달해주지 않은 채 “알아서 해봐요”라고 하면, 결과는 대부분 빗나갑니다. 외주팀의 문제라기보다 대표가 주도권을 내려놓은 순간, 메시지가 흔들리는 구조적 한계 때문입니다.

초기의 제품은 기능이 단순하고, 메시지가 뾰족합니다. 즉, 마케팅 스토리도 복잡할 이유가 없습니다. 고객이 공감할 단 하나의 문장—“누구의 어떤 문제를 얼마나 줄여준다”—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포인트를 닦아내는 과정에서 생기는 고객 피드백이 곧 브랜드의 기초가 됩니다.

결국, 대표가 직접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경험이 있습니다. 네 가지 모두를 충족하면서도 “성과가 안 나니 전문가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입니다. 초기 상태에서 창업자가 제대로 해내지 못한 마케팅은 전문가에게 맡겨도 똑같이 어렵습니다. PMF(Product-Market Fit)가 되지 않은 제품을 광고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초기 스타트업에서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는 대표 자신입니다.

게다가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드 단계 스타트업은 예산이 한정적입니다. 외주를 줘도 충분한 실험을 반복할 만큼의 돈이 없고, 내부 마케터를 채용하면 고정비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투자나 정책자금을 받은 뒤에도 마케팅 인력을 바로 늘리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돈이 생겼다고 곧바로 사람을 쓰는 건, 준비되지 않은 엔진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무엇을 아직 하지 말아야 하느냐’를 결정하는 능력이 성패를 가릅니다.

언제부터 사람을 써야 할까?

물론 어느 순간부터는 대표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이 옵니다. 보통 그 시기가 Pre-A에서 Series A 사이, 즉 제품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응을 얻고, 고객 재방문과 추천이 일어나기 시작할 때입니다.

이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제품의 기본 가치가 어느 정도 시장에서 ‘먹히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누가 우리 제품을 써줄까”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할까”로 질문이 바뀝니다.
즉, 학습의 단계에서 확장의 단계로 전환되는 시점입니다.

이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신호가 있습니다.

첫째, 콘텐츠가 쌓이는데 일관성이 무너질 때입니다.
초기엔 대표의 손에서 나온 글과 말이 가장 강력하지만, 양이 많아지면 메시지가 흔들립니다. 브랜드의 톤앤매너가 일관되지 않으면 고객은 혼란을 느끼죠. 이때는 콘텐츠의 방향을 관리할 ‘운영형 마케터’가 필요합니다.

둘째, 데이터가 쌓이는데 분석이 따라가지 못할 때입니다.
광고 효율, 유입 경로, 리텐션 등의 지표가 축적되지만, 이를 읽어내고 전략으로 바꾸는 사람이 없다면 성장 속도는 멈춥니다. 이 시점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험을 설계하고 퍼널을 관리할 수 있는 ‘분석형 마케터’가 필요합니다.

셋째, 고객 접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관리가 어려워질 때입니다.
이메일, SNS, 광고, 커뮤니티 등 다양한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다 보면 고객 커뮤니케이션이 분산되고, 메시지의 일관성이 깨집니다. 이때는 CRM과 마케팅 자동화를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형 마케터’가 필요합니다.

결국 이 시기가 Pre-A ~ Series A 구간인 이유는 단순합니다.
제품과 메시지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되어 ‘반복 가능한 판매 구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즉, 광고를 돌려도 효율이 유지되고, 고객이 다시 돌아오며, 브랜드 검색이나 추천 유입이 발생하는 구간입니다.
이때부터 사람을 채용하면 비용이 ‘고정비’가 아니라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투자가 됩니다.

외주 vs 인하우스, 어디에 힘을 실을까?

외주를 쓸지 내부 인력을 뽑을지는 명확한 정답이 없습니다.
아이템의 성격, 회사의 역량, 타깃 시장의 구조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회사가 커질수록 둘 다 필요해진다는 점입니다.

초기에는 외주를 통해 기초 인프라를 빠르게 세팅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예를 들어 광고 계정 설정, GA4나 Tag Manager 연동, 기본 리포트 대시보드 구축 같은 작업은 외부에서 빠르게 처리하는 게 낫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운영, 메시지 방향, 콘텐츠 전략은 반드시 인하우스에서 주도해야 합니다.

외주는 빠른 실행에는 강하지만, 메시지의 일관성과 브랜드 자산 축적에는 약합니다.
반면 인하우스 팀은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브랜드의 언어를 누적시킬 수 있지만 인건비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외주와 내부를 적절히 조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외주는 초기 구조를 빠르게 세팅하는 역할, 내부는 그 구조를 이해하고 운전하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마케팅은 결국 고객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

시드 단계 스타트업의 마케팅은 결국 “대표가 고객을 얼마나 빨리 이해하느냐”의 싸움입니다.
외주도, 인하우스도 모두 그 다음 단계의 일입니다.
대표가 먼저 직접 해보며 고객의 언어를 배우고, 시장의 반응을 체득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메시지가 향후 마케팅의 모든 기초가 됩니다.

돈이 생겼다고 해서 바로 사람을 늘리거나 예산을 키우는 것은 위험합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언제 확장할까?”보다 먼저 “지금은 아직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더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채 확장하면 속도는 빨라지지만 방향은 흐트러집니다.

결국 초기 스타트업의 최고의 마케터는 대표 자신입니다.
대표가 고객의 언어를 이해하고, 시장에서 공감대를 만드는 순간부터
마케터, 외주, 예산은 모두 레버리지(지렛대)로 작동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 전까지는, 직접 부딪히는 게 가장 빠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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