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ZIRP 시대, 사라진 믿음 금리와 SaaS의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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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ZIRP 시대, 사라진 믿음 금리와 SaaS의 생존 전략

제로 금리 시대의 풍부한 자금은 많은 기업이 미래에 대한 “믿음”만으로도 쉽게 투자를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매출이 없어도 높은 사용자 수(MAU)로 주목받거나, 고객 획득 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과도한 마케팅과 무료 서비스를 남발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고 경제가 냉각된 포스트-ZIRP 시대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미래의 가능성”보다 “현재의 수익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SaaS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고객과의 관계와 순수익성 있는 매출로 초점을 옮기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상품화된 SaaS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고객 중심 경영의 중요성을 짚어봅니다. 가격 경쟁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 고객 충성도가 핵심입니다.

사라진 믿음 금리

기술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COVID-19 팬데믹과 러우전쟁 발발으로 인한 ZIRP(제로 금리 정책)시대가 끝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부문 중 하나입니다. 금리가 0%에 수렴하는 시절에는 VC 자금이 풍족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성장 우선(growth at all costs)에 집중했었습니다. 자본 비용이 낮았기 때문에 믿음 금리(Belief Rate), 즉 기업이 미래에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투자하기가 훨씬 쉬웠습니다.

믿음 금리와 금리는 반비례 관계에 있습니다. 경제가 냉각되고 금리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서, 투자자들은 미래 현금 흐름이나 미래 가치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믿음 금리와 실질 금리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 인플레이션에 따라 두 금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나타냅니다.

포스트-ZIRP 시대의 투자자들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기업들은 수익성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 획득 비용이 높고 수익성이 낮은 전략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1달러의 매출을 위해 3~5배의 비용을 지출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플랫폼 비지니스 모델에서 매출이 없어도 MAU만 확보하면 손쉽게 투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B2B SaaS 기업들도 무료 버전을 남발하여 고객 성과 늘리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접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마케팅 캠페인, 고비용 기업 판매 등이 가장 먼저 삭감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고객 혁신과 멀어지는 SaaS

초기 SaaS는 클라우드에서 소프트웨어를 간단하게 배포할 수 있다는 점이 구매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수개월간의 기획, 제안 과정이나 더 긴 시간이 소요되는 on-premise 구현 시간이 필요없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 사용자가 IT 부서의 개입 없이 SaaS 소프트웨어를 쉽고 빠르게 구매하고 배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ZIRP 시대의 자금이 과잉 공급되면서 SaaS 소프트웨어가 점점 더 상품화되고 거래 중심적이 되었습니다.

상품화(Commoditization)

SaaS 소프트웨어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로 비슷해지고, 차별화된 가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초기 SaaS 제품들은 혁신적이고 독특한 문제를 해결하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SaaS 소프트웨어가 기능적으로 큰 차이가 없거나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러 SaaS 도구가 CRM, 프로젝트 관리, 클라우드 스토리지 등에서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 더 싸거나 약간의 기능적 우위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선택하게 되며, 가격 경쟁이 심화됩니다.

위 슬라이드에서 각 산업별 얼마나 많은 기업이 존재하는지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싱가포르의 Fintech 맵, 2) HR Tech 맵 3) Martech 맵

거래 중심적(Transaction-Oriented)

고객과 SaaS 기업 간의 관계가 더 이상 긴밀하거나 파트너십 중심이 아니라,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습니다. SaaS 구매가 간편해지면서, IT 부서의 관여 없이 사용자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고객 관계가 깊어지기보다는 일회성 거래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고객이 SaaS 제품을 시험적으로 사용해보고, 필요 없다고 느끼면 쉽게 취소하거나 다른 유사한 제품으로 바꾸는 행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입니다.

낮은 혁신과 높은 가격 경쟁

SaaS 소프트웨어의 상품화와 거래 중심화는 시장에서 혁신과 차별화를 감소시켰습니다. SaaS 기업들은 점점 비슷한 기능과 비슷한 가격대를 제공하게 되었고, 혁신적이고 독특한 가치를 전달하기 보다는 보다 점진적 기능 개선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고객과의 깊은 관계보다는 단순히 비용 대비 기능으로만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고객들도 한 소프트웨어에 오래 머물거나 더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 가격과 기능만을 기준으로 쉽게 갈아타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의 고금리로 인하여 현금흐름이 악화된 좀비 스타트업이 가격 경쟁을 가속화하며 가격을 낮춰 생존하려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나중에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지금 당장의 생존을 선택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고객을 떠나게 만들며 SaaS 시장의 하향 나선을 더욱 가속화합니다.

성장에서 수익성으로의 전환

SaaS 제품이 상품화되고 거래 중심적이 되면서 고객 충성도를 구축하기가 어려워 졌습니다. COVID-19 팬데믹 시대에 소프트웨어 구매가 과도하게 이루어진 결과, 구매 기업들은 “이 소프트웨어가 정말 필요한가?”, “우리가 이걸 실제로 잘 사용하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즉, 고객이 제품을 구매했다고 해서 반드시 제품에 “확신”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는 의미입니다.

사업 초점이 성장에서 수익성으로 옮겨가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고객과 더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신규 고객 확보보다는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순수익성 있는 매출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기존 고객이 솔루션에 진심으로 투자하고 잘 활용하게 한다면 이탈률이 크게 낮아집니다.

순수익성 있는 매출

비용 대비 효과적인 매출

순수익성 있는 매출은 단순히 매출 총액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고객을 확보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투자된 비용(마케팅, 세일즈, 고객 지원 등)이 매출보다 과도하게 크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매출 대비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고객 한 명을 확보하기 위해 1달러를 투자했는데 2달러 이상의 매출을 발생시킨다면 이는 순수익성 있는 매출로 간주됩니다. 반대로, 비용이 과도하게 크다면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성장 전략을 의미합니다.

고객 획득 비용(CAC)과 고객 생애 가치(LTV)를 비교하여 효율성을 측정하고, 비효율적인 마케팅 채널과 세일즈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고객 유지 기반 매출

신규 고객 확보는 항상 높은 비용이 수반되며, 경제적 불확실성이 클수록 고객의 구매 결정은 더욱 신중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이들을 통한 추가 매출을 확보하는 것은 기업의 가장 효율적인 성장 전략이 됩니다.

기존 고객으로부터 구독 갱신, 추가 서비스 구매(업셀링 및 크로스셀링) 등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은 신규 고객 확보보다 비용이 적게 들며, 더 안정적입니다.

구독 기반 모델에서는 갱신률(retention rate)을 높이고, 업셀링/크로스셀링 기회를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또한 고객 성공 팀과 협력하여 고객이 제품 가치를 최대한 느끼고, 재구매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장기적인 고객 가치를 고려한 매출

고객 생애 가치(LTV, Lifetime Value)는 순수익성 있는 매출의 핵심 지표 중 하나입니다. 고객이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사용하며 발생시키는 매출의 총합을 의미합니다.

LTV를 높이려면 고객의 만족도를 유지하고, 그들이 기업의 솔루션에 계속 투자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기적인 사용성 개선을 통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혀야 합니다.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최적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과의 긴밀한 협업

순수익성 있는 매출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CX)을 기반으로 한 제품 주도 성장(Product-Led Growth, PLG) 전략이 중요합니다.

프로덕트 팀과 고객 팀은 하나의 팀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두 팀 모두 궁극적으로 고객 경험(CX)과 가치 실현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이들의 협업은 매출 증대와 고객 충성도 확보에 매우 중요합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마케팅 활동이나 광고 지출을 줄이고, 제품 주도 성장(Product-Led Growth, PLG)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GTM(Go-To-Market) 전략
    • 초기 고객 확보보다는 제품의 사용성과 바이럴 효과를 통해 신규 고객을 자연스럽게 유입시킵니다.
    • 복잡한 영업 조직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 고객이 스스로 제품을 평가하고 도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 세일즈 프로세스의 협업
    • 판매 과정에서 제품 및 고객 성공 팀이 잠재 고객의 고유한 요구를 이해하고, 솔루션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명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 고객이 기업을 단순한 제품 제공자가 아니라 파트너로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 약속 이행
    • 계약 체결 후, 세일즈 프로세스에서 약속했던 사항을 반드시 실행해야 합니다. 고객이 기업의 신뢰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고객 중심의 제품 개발
    • 고객 피드백을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통합하고, 정기적인 요구사항 수집과 로드맵 업데이트를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합니다.

마치며

포스트-ZIRP 시대에는 고객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가격 경쟁 대신 기존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에 집중해야 합니다. 고객 중심의 접근은 기업의 성공적인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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